2026-07-02
#혼자이지만혼자가아닌#사색#자기자신과마주하기#러닝#헤드워드호퍼#나이트호크스#관계#연결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 - 당신 만의 그 시간은 무엇인가요?
나는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고,
사람들과 함께할 때 살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러닝을 시작했을 때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달리는 건 철저하게 혼자인 시간이니까요.
처음에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고독을 채우려고. 그리고 거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그런데 어느 날, 달리는 중에 이상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음악은 분명히 흐르고 있었는데,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 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풀리지 않던 일들,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들에 대한
걱정과 고민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이
달리는 동안 조금씩 흩어졌습니다.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
덜 무거워지는 감각이었습니다.
집착하던 것들을 조금씩 떨쳐버리는 것 같은 가벼움.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혼자 달리지만,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같은 시간, 같은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함께 달리고 있다는 감각이 있습니다.
각자는 다른 곳에서 달립니다.
하지만 하루가 끝나면 서로의 기록이 올라오고,
누군가는 응원을 남깁니다.
내가 함께하는 러닝 모임도 그렇습니다.
같은 길을 뛰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기록을 통해 각자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함께 뛰지는 않지만,
함께 달리고 있다는 연결이 생깁니다.
그게 없었다면 나는 아마 러닝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했던 내가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그 감각 덕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감각 안에서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에도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를 다시 봤을 때,
그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심야의 식당, 유리창 안의 사람들.
처음에는 그 그림이 외로움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있지만 각자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들은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리창 너머 도시가 있고,
카운터 너머 바텐더가 있고,
같은 공간 안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깊이 연결된 건 아니지만, 완전히 혼자도 아닌 상태.
그 미묘한 거리가 오히려 각자를 자기 안에 있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상태.
그 안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것.
이 그림을 다시 보고 나서, 문득 떠오른 얼굴들이 있습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디겠어요."
그 말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는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했던 건
고독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이 싫었던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마주하게 되는 나 자신이 불편했던 건 아닐까.
호퍼의 그림이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이유는
외로움을 그려서가 아닐 것입니다.
혼자인 시간 안에서,
자기 자신과 가장 솔직하게 있는 순간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도 그런 순간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완전히 혼자여도 안 되고, 완전히 채워져 있어도 안 됩니다.
혼자이지만 연결된 채로, 고요하지만 살아있는 채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만납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나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고,
고요하지만 살아있는.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당신만의 그 시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