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의 생일을 목도하게 되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커피나 케이크 쿠폰을 주고받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관계를 지탱해 주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이후 지인의 생일에는
카카오 선물하기 버튼 검색대신,
누군가의 머리맡에 놓일 책 한 권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최근 제가 겪은 작은 기적은 바로 그 사소한 '바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때는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던,
꽤 오랜 인연의 선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고 긴 고립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졌어요.
창문 너머로만 계절을 확인하듯 가끔 카톡만 주고받을 뿐,
2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죠.
다시 연락을 하자니 미안함이 앞서고, 모른 척하자니 먼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 끊어지기 직전의 애매한 매듭의 상태.
아마 누구나 마음속에 이런 관계를 연상케 하는 한, 두 명은 품고 살아가시겠죠?
고민 끝에 찾아온 선배의 생일날,
저는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정성스레 고른 책 한 권을 보냈습니다.
기교 섞인 축하의 말보다 선배가 읽을 책 한 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배는 제 진심을 단번에 읽어내신 듯, "당장 얼굴 보자"며 톡을 보내오셨습니다.
만나기로 한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비 오는 밤의 여운을 품은 채, 우리는 함께해 온 기억들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2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만남의 시간은 서로의 숱한 이야기들로 금세 채워졌어요.
헤어진 다음 날, 선배는 저의 선물에 화답하듯 제게 책 한 권을 보내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아무리 바빠도 분기에 한 번은 꼭 보자"는 다짐 섞인 약속을 덧붙이셨지요.
만약 그날 제가 그저 흔한 커피 쿠폰 한 장을 보냈다면,
우리 사이에 이런 밀도 있는 만남의 시간이 흐를 수 있었을까요.
소박한 책 한 권이었지만, 그것은 선배의 마음을 열어준 마스터키였습니다.
그날의 책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어쩌면 끊어질 수도 있었던 마음과 마음을 다시 잇는 단단한 매듭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요....
매일 아침 카카오톡을 열면 어김없이 생일자 목록이 우리를 반깁니다.
오늘은 늘 주고받던 익숙한 스벅커피쿠폰 대신,
상대방 마음속 깊이 오래도록 머물 책 한 권을 골라보세요.
그 작은 선택이 당신의 삶에 예기치 못한,
초록빛이 무성한 인연의 숲을 만들어갈지도 모릅니다.